의료칼럼

독립적인 보행과 일상을 위한 재활의학

작성일 : 2023-11-11 조회 : 1,071

선천적·후천적 장애 가진 환자 맞춤 훈련
기능 호전시켜 통증 없애고 삶의 질 높여

재활치료는 스킬보다 정성·관심 중요
최종 목표는 ‘독립적인 보행과 일상생활’


인간의 생명이 유한하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나와 내 소중한 가족도 언젠가는 걷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오며, 또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다. 건강하게 살아오던 한 사람이 어느 날부터 걷지 못하는 환자가 되는 것은 대형 종합병원에서는 매일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게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 어렵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대한민국 성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3.6세까지 증가했으나, 건강수명은 66.3세에 머물고 있다. 즉, 평균적인 성인은 무려 17년이라는 기간 동안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학의 발전으로 평균 수명이 증가하였으나 단순히 오랜 기간 동안 생명을 연장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건강하게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간까지 늘려줘야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다.

 

뇌출혈이나 뇌경색, 외상성 뇌손상, 전신의 골절 등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좋은 시설과 인력을 갖춘 병원에 빠른 시간 안에 도착했다면 신경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흉부외과, 외상외과 전문의에게 급성기 치료(응급수술, 혈관시술 등)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급성기 치료는 당장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생명을 유지하고 후유증과 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중추적인 치료이다. 그러나 적절한 급성기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집으로 퇴원할 수 없는 경우도 많이 있다. 환자가 일상생활을 혼자서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능이 떨어지거나 아픈 상태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큰 의미에서 ‘장애’가 생겼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 사회에는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은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고 있다.


재활의학은 선천적, 후천적인 장애를 가진 모든 환자, 그리고 통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불편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한다. 재활의학은 장애가 있는 환자들이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영위하도록 방법을 알려주고 훈련하여 기능을 호전시키며 통증을 없애서 삶의 질을 높여주는 일을 한다.


재활의학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질환 중의 하나가 뇌혈관 질환이다. 특히 기온이 급변하기 시작하는 늦가을과 겨울에는 신체 내의 혈관들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높아지는 경향이 생기므로, 이에 따라 뇌출혈과 뇌경색 환자가 평균적으로 더 많이 발생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서 계절과 상관없이 일 년 내내 재활의학과 입원 병실을 계속해서 채우고 있는 환자들이 바로 뇌경색과 뇌출혈 환자이다. 창원한마음병원과 같은 급성기 병원에서는 하루에도 몇 명씩 급성 뇌경색, 뇌출혈 환자들이 응급실을 방문한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착하는 응급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서 신경과, 신경외과 전문의들이 24시간 깨어있으면서 급성기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헌신적인 의사들의 수고가 헛되이 끝나지 않게 하려면 재활치료를 잘 해서 환자들을 집으로 사회로 무사히 돌려보내 줘야 한다.


재활의학과는 토털 케어(total care)를 지향하는데, 재활의학과에 입원한 환자가 하루 종일 겪는 모든 일상생활을 관찰하여 불편함이 없는지를 살핀다. 여기에는 밥 먹기, 이 닦기, 세수하기, 대변보기, 소변보기, 화장실 이용, 휠체어 이동, 보행 등이 포함된다. 환자의 일상생활을 돕기 위해서 의사, 간호사, 치료사, 간병인(또는 보호자)까지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서 일해야 한다. 또한, 환자가 표현하는 증상을 해결할 뿐 아니라 환자의 모든 신체 부위를 구석구석 살피고 환자가 현재까지 받았던 여러 가지 검사 결과를 리뷰해서 환자가 말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도 먼저 찾아내어 해결책을 제시해 줘야 한다. 최종적으로 환자가 최대한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재활의학과의 의료진과 치료진은 비슷한 환자를 많이 보아온 경험과 스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재활치료에 있어서는 ‘스킬’보다는 ‘정성’이 중요하고, ‘일반적인 치료’보다는 ‘환자 개개인에게 맞춰진 치료’가 중요하다. 그리고 환자는 감정을 가진 인간이므로,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에게도 환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 이것은 로봇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며, 사람의 정성과 관심으로만 이루어 낼 수 있는 일이다.

‘의식이 없는 환자’는 눈을 뜨게 만드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이고,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는 휠체어에 앉아서 이동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이며, ‘앉아 있는 환자’는 일어서기, 그리고 보행을 시도하는 것이 목표다. 걸을 수는 있지만 휘청거리고 어지럼증을 겪는 환자라면 균형 운동을 통해서 한발로도 설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목표가 된다. 이처럼 가장 불편한 부분을 찾아서 하나하나씩 해결해 감으로써 ‘독립적인 보행과 일상생활’이라는 최종 목표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은 말처럼 결코 순탄하지 않다. 환자를 한 단계씩 다음 단계로 올리려고 할 때마다 등장하는 걸림돌 들이 있다. 급성기 환자는 폐렴, 요로감염, 욕창, 당뇨, 우울증, 섬망, 변비, 설사, 동반된 골절, 골다공증, 관절통증 등 합병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의사 한 명이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병원 내에 있는 다른 의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창원한마음병원의 경우, 호흡기내과(폐렴), 내분비내과(당뇨), 소화기내과(설사·변비), 외과(욕창), 이비인후과(기관지절개환자 관리), 정신과(우울증과 섬망), 비뇨기과(배뇨곤란) 등 모든 진료과가 끈끈한 협진 체제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여러 의사가 한 명의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으며 합병증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혹시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대부분의 환자는 타 병원으로 전원할 필요 없이 병원 내에서 즉각적인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은 대형 종합병원의 장점이다.

장애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예기치 않게 장애를 얻었을 때, 과거의 건강했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비교하며 좌절하고, 우울증에 빠지는 것이 일반적인 환자들의 반응이다. 그러나 가끔은 매일 찾아오는 작은 호전에도 기뻐하고 환호하며, 즐겁게 재활치료를 해나가는 환자들도 볼 수 있다. 당연히 후자가 기능 호전이 빠르고 합병증이 적으며 평균적으로 빨리 퇴원한다. 이런 환자들을 볼 때마다 의사가 오히려 환자로부터 힘을 얻기도 하며 그렇게 얻은 에너지는 다시 공감과 격려가 필요한 환자에게 전달한다. 비단 병원에서뿐 아니라 병원 밖의 사회에서도 장애를 가진 환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가득해지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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